소재, 센서의 혁명을 이끄는가
21세기에 진입하면서 기술(technology)은 한계를 맞았다. 산업혁명 이후 급격한 발전을 거듭해온 기술은 더 이상 발전할 것이 없을 만큼 고도화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시스템 분야일수록 더더욱 극명하다. 그러다보니 서로 결합(혹은 융합)하여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시도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기술적 한계의 극복, 혹은 혁신적인 기술의 발전은 ‘소재’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아예 근본부터 새로운 물성의 소재를 사용해야 전체 시스템의 혁신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며, 이는 거의 진리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로 ‘나노(Nano)’가 있다.
나노화된 각종 세라믹 분말소재를 비롯하여, 그래핀, 양자점 등 나노 소재들은 새로우면서도 획기적인 물성으로 인해 센서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최근 나노 신소재에 의해 개발된 이미지 센서 개발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소재에 따른 센서기술의 혁신 가능성을 점쳐본다.
나노 소재의 뛰어난 물성이 빚어낸 이미지 센서의 변신
첨단세라믹, 그래핀, 양자점 등 나노소재 적용으로 감광능력 최대 1000배 향상
첨단세라믹은 이제 익숙해진 나노소재가 되었다. 각종 센서에 적용되면서 센서의 성능을 극대화하고 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차세대 주목받는 나노소재인 그래핀이나 양자점은 이미지센서의 일대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문제는 상용화. 그러나 나노소재로 인한 성능의 혁신은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한 기술투자를 충분히 보상한다. 이 때문에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나노소재를 활용한 센서 성능의 극대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나노(Nano)라는 단어가 산업 전반에서 회자되고 있다. 기존 산업과 융합되어 개선된 혹은 새로운 성능, 영역을 개척함으로써 기술적, 산업적인 이익(benefits)을 획득하고 있다. 센서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몇 년 전부터 빠르게 진행되어 온 센서의 초소형화(혹은 나노화) 및 스마트화는 사실상 필연적인 센서 소재의 ‘나노화’를 이끌었다.
센서의 변신을 이끌고 있는 가장 선두에 있는 소재 중 하나가 바로 ‘첨단세라믹’이다. 세라믹하면 기존의 유리, 도자기, 시멘트 등을 떠올리겠지만, 여기서 이야기하는 세라믹은 그들과는 다르다. 소위 ‘첨단세라믹’이라고 불리는 이 소재는 ‘정제된 광물, 인공 합성한 무기 화합물 또는 그 조성물로 합성된 소재로, 정밀성형, 열처리, 가공공정을 통해 다양한 산업적인 기능을 나타내는 재료’를 말한다.
여기서 산업적인 기능이라 함은 첨단세라믹의 고경도, 고내열성, 내식성, 및 우수한 전기적 특성, 다른 물질과의 용이한 접착성 등을 의미하며, 이것이 발휘되어 화학적·열적·기계적 특성이 뛰어난 센서로서, 전자세라믹, 기계·구조 세라믹, 에너지·환경 세라믹, 생체 세라믹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첨단 세라믹의 기능별 특성>
▲ 열 적 - 내열성, 단열성
▲ 화 학 적 - 내식성, 촉매성
▲ 기 계 적 - 고경도, 내마모성
▲ 광 학 적 - 발광성, 투명성
▲ 전 기 적 - 반도성, 절연성
▲ 전자기적 - 자성, 유전성
▲ 생 체 적 - 생체친화성, 생체융합성
첨단세라믹이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센서 중 하나가 바로 ‘MEMS 센서’ 분야이다. MEMS란 ‘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의 약자로 반도체 공정 기술을 이용하여 마이크론 단위의 기계적 구조물과 전자회로가 집적화되어 결합된 시스템을 말한다. MEMS 기술은 소자의 초소형화, 고성능화를 가능하게 하는 첨단기술로서, MEMS 소자는 정보통신기기, 자동차, 의료 및 로봇 등의 기타 산업용으로 다양하게 응용되고 있으며, 특히 정보통신기기 및 자동차용 센서 분야에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MacDonald et al.은 <Material seletion for MEMS devices>를 통해 MEMS 센서에 사용가능한 재료의 3가지 기본 요건으로 ①반도체 공정기술과 호환이 가능하고, ②우수한 전기적·기계적 특성을 동시에 가지며, ③공정 중 가해지는 높은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첨단세라믹은 이러한 요건과 함께 MEMS 센서가 요구하는 다양한 기능 구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PZT, ZnO와 같은 압전성을 갖는 첨단세라믹 소재는 MEMS 구조의 가속도센서, 각속도센서, 초음파센서 및 질량 센서에서 기능 구현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첨단세라믹의 압저항성, 적외선 감지능력, 내열성은 MEMS 압력센서, MEMS 적외선센서, MEMS 온도센서 등에 적합하다. 고온에서 특정 가스에 반응하는 SnO₂는 일산화탄소를 감지하는 MEMS 가스센서에 이용되며, 습도에 의해 전기전도도가 변화하는 MnWO₄, NiWO₄, CoWO₄, ZnCrO₄, MgCr₂O₄ 등의 소재는 MEMS 습도센서에 사용된다.
감광능력 4배 높인 양자점 기반 센서
양자점 역시 센서의 혁신을 이끌 수 있는 소재로 꼽힌다. 미국 인비시지(InVisage)는 2010년에 발표한 퀀텀 필름(Quantum film)이 기존 CMOS 이미지 센서 대비 4배 이상의 감광능력을 갖추었다고 발표하며 세계 이미지 시장을 발칵 뒤집어놓은 바 있다. ‘세계 최초 양자점 기반 센서’라는 프로필을 가지게 된 이 기술은 당시 모바일 디바이스 뿐만 아니라 일반 디지털 카메라, 시큐리티용 카메라, 군용 망원경 등 광범위하게 적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미지 센서에서 가장 큰 기술적 이슈 중 하나는 바로 가능한 많은 빛을 카메라 렌즈에 담는 것이다. 기존 CMOS 이미지 센서의 경우 빛을 모으기 위해 칩의 맨 아래층에 있는 실리콘 반도체층을 사용한다. 여기에서 빛을 모으는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빛을 받아들이는 픽셀의 집적도를 극대화 시켜야 한다. 즉, 개발자들은 빛을 포착하는 회로의 크기를 줄이는 대신 각 픽셀의 필팩터(Fill factor)를 증가시키는 방법을 써왔다. 이때, 빛을 모으는 방법으로 갭리스(gapless) 마이크로 렌즈를 이용해 픽셀의 한 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의 빛을 이를 집광지역으로 모아주는 방식을 채택해 왔으며, 이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어 왔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실리콘 기반의 기존 이미지 센서는 빛의 25%정도만 포착할 수 있었다는 한계가 있어왔다. 반면, 양자점을 기반으로 한 퀀텀 필름은 약 90~95%(InVisage에서는 거의 100%라고 발표)정도까지 빛을 포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빛이 적은 상황에서도 우수한 화질의 이미지를 획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양자점(Quantum Dot)이란 나노미터크기로 만들어진 반도체입자를 의미한다. 퀄텀 필름 기술은 반도체 맨 상층에 바로 이 양자점을 형성시키는 기술인데, 이 때 그 크기를 조절하여 밴드갭이라고 하는 반도체 속성을 조율한다. 밴드갭은 전자를 더 높은 에너지준위로 끌어오리는 역할을 하며, 퀀텀 필름에서는 특히 가시광선 광자(photon)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조절을 가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퀀텀 필름은 기존의 센서의 감광능력을 최대 4배까지 향상시키는 것이다.
당시 인비시지는 퀀텀 필름 기술을 응용하여 적외선과 가시광선을 동시에 포착함으로써 3D 카메라에 활용한다거나, 적·녹·청을 별도로 포착할 수 있는 필름을 3개 층으로 적층하여 3개의 빛을 모두 동시에 포착할 수 있게 한다던가, 적외선필터를 사용하지 않고도 원하지 않는 빛을 제거할 수 있다던가 하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연구를 확대하면서 학계 및 업계에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래핀, 핵폭탄급 센서 혁명 일으키나
미래 나노 소재 중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소재가 바로 ‘그래핀(Graphene)’이다. 그래핀은 흑연에서 벗겨낸 6각형 벌집 구조의 탄소 원자 단일막이다. 세상에서 가장 얇은 물질이자 가벼운 물질이지만 강도는 강철의 200배이고 전자 이동도가 실리콘 보다 140배, 열전도율은 100배, 허용 전류 밀도는 1천배에 달하는, 그야말로 경이로운 신소재이다. 그래핀이 상용화만 된다면 과학 기술은 물론, 산업, 일상생활에 미칠 그 영향은 가히 핵폭탄급이다. 아마도 인류의 역사를 바꾼 소재인 ‘철’에 맘먹을 것이라는 게 소재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이 때문에 수많은 과학자들은 그래핀을 활용한 기술 상용화에 열을 내며 연구하고 있는 상황.
이러한 가운데 그래핀이 이미지 센서에 적용될 경우 기존 이미지 센서보다 무려 1,000배나 더 감광능력이 뛰어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어 많은 관심을 끈 바 있다. 바로 작년 5월 싱가폴의 난양기술대학교 연구팀이 그래핀을 이용한 이미지센서를 개발한 것이다.
특히 당시 관심을 모았던 이유는 어두운 곳에서도 이미지를 얻을 수 있을 정도로 빛에 민감한 것도 그렇지만, 가격도 저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또한 범용성도 좋아 일반 DSLR은 물론, CCTV, 열화상 카메라, 적외선 카메라 등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자체발광하는 OLED와 결합이 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겹쳐지면서 이에 대한 연구가 더욱 크게 확대되었다.
사실상 그래핀이 카메라 이미지 센서로서 좋은 점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이미 2년 전인 2011년 즈음 MIT 연구진에 의해 보고된 바 있다. 이유는 그래핀 소재 자체가 빛의 여러 파장에서 감광장치(Photodetector) 역할을 잘 수행하고, 기존 이미지 센서들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적외선을 증폭시켜 빛을 증폭하는 나이트비젼(Nightvision) 시스템이나 천체관측 망원경으로도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던 것이 난양기술대학교의 실제 구체적인 개발로 상용화에 대한 가능성이 커졌다.
이 외에도 그래핀은 화학센서, 열/온도 센서로도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그래핀은 표면에 원하지 않은 잔존물 혹은 구조적 결함이 존재할 때, 그 부분과 분자와의 결합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 즉, 이 결함 부분에서 검출하고자 하는 분자의 결합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측정하는 화학센서가 연구되고 있다.
열/온도 센서는 그래핀의 높은 열전도도, 투명도, 유연성 특성을 적용한 고출력 투명 유연 히터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미 국내 연구진에 의해 롤투롤(roll-to-roll) 방식의 30인치 수준의 고품질 그래핀 필름 대량생산 기술이 개발된 바 있는데, 이 기술을 활용하여 약 90% 이상의 투명도와 50Ohm/sq 수준의 면 저항을 가지고, 빠른 열 응답, 높은 온도 및 균일도를 보유한 유연 투명 히터가 개발된 바 있다. 이것을 응용하여 열전달 혹은 열의 흐름을 측정하는 센서를 개발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참고자료
ETRI <그래핀 기반 전자소자 및 광전소자 기술> (2012)
KIET <센서의 진화를 견인하는 미래 신소재 첨단세라믹의 성장전략> (2014)
‘황’을 원료로 한 고성능 적외선 렌즈 소재 개발
재료 얻기 쉬우면서 저렴한 황... 상용화 쉽지 않은 나노소재 대체 기대
최근 국내 연구진에 의해 저렴한 ‘황’을 주원료로 이용한 고성능 적외선 렌즈용 플라스틱 소재가 개발되었다. 우수한 물성에도 불구하고 가공이 어렵고 상용화에 상당한 시한이 걸리는 나노소재들을 대체하고 성능을 대폭 개선하는 소재로서, 차세대 적외선 센서·카메라·조명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황은 석유 정제과정에서 연간 7백만 톤 이상 배출돼 가격이 저렴하지만, 가공성이 좋지 않아 활용가치가 낮았다. 그러나 적외선을 잘 투과시키고 빛의 방향을 잘 변화시켜 우수한 광학적 특성을 지니기 때문에 가공성만 개선된다면 충분히 이미지 센서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져 왔다.
연구팀은 황의 가공성을 개선하기 위해 유기물질을 첨가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 방법을 통해 플라스틱처럼 자유자재로 모양을 만들 수 있으면서 굴절률과 투과율이 뛰어난 황 기반 광학소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와 관련, 미래부 관계자는 “저렴한 황을 이용한 경제적인 광학소재로 사람을 비롯한 열을 가진 물체가 방출하는 적외선 영역에서 광학적 특성이 뛰어나다”며, “체온을 감지하는 적외선 센서나 어두운 밤에 촬영가능한 적외선 카메라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실제 이 광학소재로 만든 광학렌즈로 적외선 영상을 촬영한 결과, 기존 플라스틱 렌즈에 비해 초점거리가 짧으면서도 훨씬 선명한 열이미지를 얻어냈다. 황 기반 신소재가 기존 플라스틱 물질(굴절률은 n~1.5이고 적외선 투과율은 보통 40~60% 정도)보다 높은 굴절률(n ~1.8 이상)과 적외선 투과율(85% 이상)을 보였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대량생산 및 가공공정의 확립, 열적/화학적 안정성만 보장된다면 실용화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어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황 함유 고분자(Poly(S-r-DIB)는 높은 굴절률, 투명도 및 가공성을 동시에 확보하여, 기존의 고굴절 고분자 물질의 한계를 극복하였고, 적외선 렌즈에 고분자 물질이 활용될 수 있음을 최초로 시연한 사례"라며, "향후 다양한 형태의 적외선 렌즈용 고분자 물질에 대한 연구개발을 통해, 기존의 값 비싸고 가공이 어려운 물질들을 혁신적으로 대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차국헌 교수와 미국 아리조나대 화학과 제프리 편(Jeffrey Pyun) 교수 연구팀 등이 참여하였으며,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리더연구자지원사업(창의적연구) 등의 지원으로 수행되었다. 연구결과는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스(Advanced Materials) 3월 21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되었다. 논문명 <New Infrared Transmitting Material via Inverse Vulcanization of Elemental Sulfur to Prepare High Refractive Index Polymers>









